PD수첩 LH와 투기연대기 3기 신도시 정보 유출
MBC ‘PD수첩’에서는 3월 23일, 연일 새로운 의혹이 쏟아지는 ‘LH 사태’와 3기 신도시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기 실태를 들여다봅니다.
PD수첩 LH와 투기연대기 3기 신도시 정보 유출
지난 2월 24일, 광명시흥지구가 여섯 번째 3기 신도시 개발지구로 지정됐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3월 2일, 광명시흥지구를 비롯해 3기 신도시 개발 지구와 관련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3월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최근 LH 직원 10여 명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에서만 100억 원대의 땅을 사들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LH 직원들이 손 댄 자리는 곧 값이 뛰었다. 땅을 매입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신도시 개발지구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인근 부동산 업자는 “최근 1~2년 사이 (평당) 100만 원 이상 올랐다”며 “사무실에 LH 직원들도 왔었다”고 말했다. 광명시흥지구를 포함해 고양 창릉지구, 남양주 왕숙지구 등 3기 신도시 개발 지구의 토지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 정부의 신도시 개발 발표 6개월에서 1년 전 집중적인 거래가 이뤄졌다.
- 신도시 개발 6개월 전 구입한 맹지, 금싸라기 땅이 되다
- “정보를 줄 테니 투자금액 지분도 내게 달라” LH 직원에게 정보는 곧 ‘돈’이었다
- LH 직원 부동산 투기 논란 20일, 발의된 법안만 최소 41개
소유자가 LH 직원들로 확인된 토지들에서 드러난 의심스러운 정황들. 도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땅을 매입한 것은, 이미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부동산 업자는 “맹지를 산 건 (그 지역에) 수용사업(개발사업)을 할 거라고 본 것”이라며 “그럴 땐 맹지든 도로변 땅이든 예상가보다 싸게만 사면 된다”고 말했다. “지정 전후 가격이 계단식으로 확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는 것.
개발 공고가 나기도 직전에 토지를 매입해 큰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PD수첩 취재 결과 그들이 산 땅은 대부분 허허벌판이거나 이용 가치가 떨어지는 맹지였다. 확실한 개발정보가 없으면 선뜻 매입하기 어려운 땅이다. LH 직원들은 업무상 각종 토지 개발 정보로부터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 정보를 적극 활용했다. LH 직원들은 이 땅에 희귀수종 묘목을 심거나 타인과 공동으로 분할 매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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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LH와 투기연대기 3기 신도시 정보 유출
“많은 LH 직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계모임 하듯 돈을 모아서 샀단 말이에요.” 김남근 변호사의 말처럼, 토지 거래 내역 상당수에서 LH 직원들이 공동으로 지분을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광명시흥지구 토지의 경우 세 필지를 LH 직원 다섯 명과 직원 가족 두 명 등 총 일곱 명이 공동 매입한 경우도 있었다.토지 전문가들은 이를 보상 산정가를 부풀리거나 협의양도인택지 보상을 의도한 전문 투기꾼의 수법으로 봤다.
PD수첩은 3기 신도시 지정 전부터 개발 계획이 유출되거나 거래되는 정황을 포착했다. 취재 중 만난 한 부동산 관계자는 “공기업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줄 테니 자기랑 2분의 1씩 투자를 하고 자기 지분은 대출로 하겠다”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아직 공개 안 된 정보라며 특정 지역의 개발도면을 취재진에게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이렇게 유출된 정보를 바탕으로 토지 투기 세력은 정상적인 소비자를 우롱하며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지난 2018년, LH 직원 3명이 부동산 업자에게 ‘창릉 신도시 도면’을 유출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유출된 도면과 최종 도면이 거의 일치해 큰 파장이 일었다. 게다가 유출 이후, 해당 지역의 토지거래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도면을 받은 부동산 업자가 24명으로부터 투자금 32억 원 가량을 받은 것이 알려져 논란이 가중됐다. 내부 정보를 빼돌리고 투기까지 하는 내부자들, 이대로 괜찮을까?
“부동산 하다 보면 바로 직전에 돌아다니는 사람들 있죠? 이 사람들이 저도 궁금하기는 해요.”
부동산 업자들도 알 수 없다는 개발 정보를 알고 모여든 외지인들. 주민들은 본인 땅의 미래가치를 알지 못한 채 이들에게 헐값에 땅을 팔고 만다.
개발지구 인근 한 주민은 “(개발이 될 거란 걸) 알았으면 판 사람도 (당시에) 팔았겠느냐”고 반문한다. 지역 개발의 이득은 엉뚱한 타지인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LH와 국토부 직원, 퇴직한 사람들, 공직자. 정보를 갖고 있는, 그들만의 리그가 돼버린 거예요.”
LH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다. 개발 호재가 있는 곳에는 공무원, 공직자 등 ‘정보’를 가진 자들의 투기가 잇따랐다. 1기부터 3기 신도시까지 반복되는 ‘가진 자’들의 투기에 집 없는 사람들의 허탈감은 더욱 커지는 상황. 해마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지만, 아직 투기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개발 호재가 있는 곳마다 LH 직원은 물론 공무원, 공직자 등 ‘정보’를 가진 자들의 투기가 잇따르고 있다. 1기부터 3기 신도시까지 반복되는 ‘내부자’들의 투기행태를 보며 집 없는 서민들의 허탈감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매번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정부는 사건이 불거진 후 즉각 합동 특별수사본부를 가동했다. 11일과 19일, 2차에 걸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입법부도 첫 고발 이후 지금까지 20일 만에 최소 41개의 법안을 앞다퉈 발의했다. 연루된 내부자들의 조사 및 수사는 속속 진행 중이고 법안은 쏟아지고 있지만, 한 번 뚫린 구멍은 언제 막힐 것인가. 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를 집중 조명하는 PD수첩 ‘LH와 투기 연대기’에서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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